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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취미로 물고기를 기르던 때가 있었다.

인기가 많은 애완 물고기인 '구피'였는데, 구피에 푹 빠져 키우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현실이 녹록지 않아 키우던 대부분의 구피들을 분양하고 서서히 물생활을 정리하게 되었다.

그 후로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물고기를 키운다는 게 얼마나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는 일인지,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를 이미 알고 있었고, 다시 시작하자니 공간도 부족해서 물고기를 기르는 일을 거의 포기했었다.

그런데 올해 조금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왔고, 이번에는 더 잘 키워보자라는 생각으로 다시 도전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10년 만에 다시 키우기로 정한 물고기는 <베타>였다.

 

물고기가 오기 전 미리 셋팅해둔 어항

구피 역시 예쁜 물고기지만 내가 구피를 기르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이 '번식을 너무 잘한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도 알고는 있었지만 그렇게까지 번식을 많이 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새끼들을 낳을 때마다 예쁘지만 어항의 개수나 크기도 동시에 점점 늘어가고 일일이 분양을 보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런데 베타는 투어(싸움 물고기)라고 불리는 만큼 혼자 두고 기르는 경우가 많아서 이런 번식에 대한 고민을 조금 덜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너무 예쁘기도 하고.

 

온도맞댐 중

동네에 수족관이 있어서 직접 가서 데리고 온 베타다.

물론 예쁘고 건강해 보여서 데리고 오긴 했지만 사실 때가 좀 안 좋았다.

수족관 리뷰를 보니 베타 종류도 다양하고 상태도 좋다고 해서 갔는데 아쉽게도 수족관을 하시는 분이 이사를 준비하고 있던 때여서 베타의 종류가 별로 없었다.

여러 아이들을 보고 종류별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실물로 구경해보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지느러미와 꼬리 색이 예뻐서 이 아이를 선택했다.

몇 안 되는 베타들 중에서 가장 활발해 보이기도 했고.

데리고 오자마자 어항에 퐁당 넣어주면 쇼크가 올까 봐 약 1시간 반~2시간에 걸쳐 온도 맞댐 + 물맞댐을 했다.

 

첫날에는 온 지 얼마 안 돼서 적응이 안 된 건지, 수온이 너무 낮아서 그런 건지 한 자리에 거의 머물러 있었다.

주로 여과기 주변에서 멍하니 있었고, 탐색을 위해서 한 번씩 돌아다니는 정도였다.

아, 그리고 처음에 올린 어항 사진을 보면 큰 장식품이 있는데 아이가 그쪽으로 돌아다닐 때 보니 너무 불편해하는 것 같아서 혹여나 다칠까 빼주었다.

 

큰 장식을 빼주고 수온이 점차 올라가자 더 수월하게 돌아다니는 베타.

그런데 물고기를 워낙 오랜만에 길러봐서 그런 건지 베타를 처음으로 길러봐서 그런 건지 이 녀석이 건강하게 기분 좋게 잘 있는 건지를 잘 모르겠다.

감이 안 온다고 해야 하나.

며칠이 지난 지금, 밥도 줬는데 잘 먹고 응가도 조금 쌌으니 건강한 거라고 봐도 무방하겠지...?

 

베타는 혼자서 길러지는 경우가 많고, 여과기도 필수는 아니어서 좁은 어항이나 통, 컵 등에서도 기를 수 있는 물고기라고 알려져 있는데 나는 물고기에게 최대한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가로 32cm짜리 어항을 준비했다.

물고기를 넣고 보니 좀 휑한 느낌이 들고 너무 넓나 싶기도 했는데 좁은 곳에서 사는 것보다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우리 집에 온 베타가 잘 클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무엇보다 지금 히터 상태가 안 좋아서 걱정이 되는데 일단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아직 더 준비하고 공부해야 할 것도 많다.

그래도 바라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다.

물고기가 온 뒤로 나도 모르게 수시로 들여다보게 됐고 의자에 앉아서 바라보는 게 즐겁다.

앞으로 잘 자라주기만 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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